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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판' 삼시세끼, 괜스레 짠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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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션>이 지난 8일 개봉했다. 80세 가까운 나이에도 매년 영화를 만드는 리들리 스콧 감독이 다시 우주로 눈을 돌렸다. 인류의 기원을 찾아 여행을 떠났던 2012년 작 <프로메테우스> 이후 3년 만이다. 이번에는 '외계 문명의 식민 행성'이 아닌 태양계의 '화성'을 이야기의 무대로 삼았다.

 

영화 <마션>은 화성을 탐사하는 아레스 3 탐사대의 모습으로 막을 올린다. 붉은 황무지 한가운데에서 나사(NASA, 미국 항공 우주국) 소속 우주인들은 화성의 흙을 채취하는 등 임무를 수행한다. 그러던 중, 탐사선 모니터 가득 경고 문구가 뜨면서 평화롭던 풍경에 먹구름이 드리운다.

 

큰 규모의 모래 폭풍을 감지한 컴퓨터가 경고음을 울린다. 위험에서 벗어나고자 탐사대장 루이스(제시카 차스테인)는 서둘러 지구로 귀환을 결정한다. 팀 전체가 계획된 일정을 모두 포기하고 돌아가려는 찰나, 폭풍 속에서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가 강풍에 날린 통신 장비에 충돌한 후 실종된다. 결국, 남은 5명의 탐사대는 그가 우주복 손상으로 사망했을 것으로 판단하고 씁쓸하게 화성을 떠난다.

 

화성에서 찍는 '먹방', 마크의 처절한 생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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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 국장 테디(제프 다니엘스)가 참담한 표정으로 언론에 마크 와트니의 사망 소식을 알리던 시각, 화성에서 그가 모래 구덩이에 반쯤 파묻힌 상태로 눈을 뜬다. 지옥 같은 모래 폭풍에 휘말리고도 기적처럼 살아남은 상황. '산소 부족'을 가리키는 우주복 경고음에 깨어난 마크는 숨을 헐떡이며 임시 건물로 피신한다.

 

험난한 사투는 그때부터 시작된다. '살았다'고 생각한 순간부터 '죽겠다'는 위기가 연이어 닥친다. 탐사대가 화성에 설치한 건물에는 산소와 물을 공급하는 기구가 있지만, 식량은 고작 한 달 분량만 남았다. 통신 장비는 파손됐고, 본부와 연락이 되더라도 구조대가 오기까지는 4년이 걸린다. 으르렁대는 짐승처럼, 화성의 모래 폭풍이 밤마다 임시 건물을 뒤흔들며 마크를 괴롭힌다.

 

열악한 조건에서도 마크 와트니는 "여기서 죽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식물학자의 능력을 살려 화성의 척박한 흙으로 감자를 재배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도 세운다. 화장실 칸에 압축 포장된 인분을 비료로 쓰기도 한다. 과학적 지식을 동원해서 임시 건물 안에서 자체적으로 물을 생산하는 장면은 관객의 감탄을 자아낼 만하다.

 

화성에서 찍는 '먹방'은 어떨까. 마크 와트니는 기록을 남기고자 매일 카메라로 영상을 찍는다. 지구에서 8000만km 떨어진 곳에 혼자 남은 상황, 살기 위해 감자를 우걱우걱 먹는 마크의 모습은 그야말로 애처롭다. 어느 누리꾼의 표현처럼 마치 화성에서 찍는 '삼시 세끼', '나 혼자 산다'를 보는 느낌이다.

 

살아서 가족을 다시 만나기 위해 외로움, 굶주림과 싸우면서 마크는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 상영 시간 2시간 20분, 영화 <마션>은 마크 와트니의 처절한 생존기를 고스란히 담았다.

 

SF영화 <마션>을 보다가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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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을 배경으로 한 SF영화에서 스티븐 스필버그의 향기가 났다고 하면 조금 이상한 소리일까. 영화 <마션>을 보다가 2차 세계대전을 소재로 한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떠올랐다.

 

<마션>에서 지구로 돌아오던 탐사대는 뒤늦게 마크의 생존 소식을 듣고 고민 끝에 그를 구하러 돌아가기로 한다. 한 명을 구조하러, 다섯 명이 성공 여부가 불확실한 임무에 동참한 셈이다. 이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연합군에 중요하지 않은 인물인 '일병 라이언'을 구하기 위해 여덟 명의 군인이 목숨을 걸고 전장에 뛰어든다는 설정과 겹친다. 공교롭게도 당시 제임스 라이언 일병을 연기한 배우도 '마크 와트니' 역의 맷 데이먼이다.

 

마찬가지로 닮은 점은 두 영화의 줄거리가 보여주는 휴머니즘이다. 각각 미 항공 우주국과 미 국방부가 개인을 구해내고자 희생을 감수하는 모습은 현실에서 쉽게 상상하기 힘들다. 영화에서 라이언과 마크를 지켜내려는 등장인물의 노력은 '손익 계산'이 아니라 '마땅히 그래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이뤄진다.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서도 우리가 끝까지 지켜야 할 것은 평화이고 생명이라는 듯이.

 

'한 명의 목숨도 소중하다'는 다소 뻔한 이야기를 감동으로 바꿔놓는 것은 감독의 연출력이다. 마크 와트니가 화성에서 겪는 사건은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한다. 중간에 삽입되는 음악과 상황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재치도 관람 요소 중 하나다.

 

심각한 상황에서도 주인공이 보여주는 유머감각이 별사탕처럼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대다수 인류에게 '미지의 영역'인 화성의 풍경을 마치 실제로 스크린에 펼쳐놓은 듯한 영상미도 관객이 우주여행을 대리만족 하도록 돕는다.

 

지구 바깥에서 들여다본 우리네 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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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아닌 숲을 보려면, 숲 바깥으로 나가야 하는 법이다. 영화 <마션>의 등장인물이 우주 밖으로 나간 것도 어쩌면 비슷한 이유였을까. 카메라는 긴박한 화성 표류기를 다루면서도 곳곳에서 개인의 삶을 비춘다.

 

무중력 우주를 떠도는 우주인의 삶, 그를 기다리는 가족, 나사 본부에서 근무하는 이의 바쁜 일상, 화성에서 생존을 위해 눈물 젖은 감자를 씹어먹는 마크의 하루까지. 위치는 다를지라도 그 무게감은 어느 것도 가볍지 않게 묘사됐다.

 

"장담하건대, 어느 순간 모든 게 틀어지고 '여기까지야', '이렇게 끝나는구나' 하는 순간이 올 겁니다. 포기하거나 죽지 않으려면, 그런데도 계속 살아가야죠."

 

계속된 위기는 마크 와트니 뿐 아니라 사실 누구에게나 닥치는 것이라고 <마션>은 보여주는 듯하다. '한 번에 하나씩 문제를 해결하다 보면 어느샌가 삶이 이어진다'는 메시지는 평범한 개인에게도 적용된다. 지구 바깥에서 들여다본 영화 속 인물의 일화는 복잡하고 치열하지만, 단순하게 놓고 보면 하나의 '고민'과 '극복'이 거듭 엇갈리는 우리네 삶과 닮았다. 외계 황무지를 방황하는 한 남자의 '먹방'이 괜히 찡한 것은 아마 그런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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